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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1-10-27 23:53
인삼 종주국 위상이 흔들린다
 글쓴이 : 관리자
조회 : 528  
인삼 종주국 위상이 흔들린다



<상>대란 우려 고조
인삼밭 떠나는 농가…수요 늘어도 공급량 감소 ‘이상기류’
인삼종주국인 우리의 인삼산업은 어느 수준에 와있을까. 정부와 언론 등에선 인삼수출이 농산물 단일품종으로는 최초로 올해 2억달러를 넘어설 것이라며 장밋빛 청사진을 내놓고 있다. 하지만 농가들은 조만간 인삼대란이 올지도 모른다고 걱정스러워한다. 재배현장을 떠나는 농가들이 늘어만 가는 등 수요가 늘어나는데도 공급량은 감소하는 이상기류가 인삼 시장에선 나타나고 있다. 대다수의 인삼업체도 마찬가지. 수요가 늘어나고 있는데 기대보다는 걱정이 앞선다. 이들은 외국자본이 잠식한 한국인삼공사의 독과점이 고착화되고 있다는 어려움을 호소하며 이 같은 구조로 인한 폐단도 발생하고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이들을 만나 ‘인삼 종주국 위상이 흔들린다’는 주제를 걸고 ‘인삼대란 온다, 우려 고조’, ‘한 업체의 독점적 시장 구조, 득보다는 실’ 이라는 두 번의 기획시리즈를 내보낸다.
 
 
올 여름 유독 자주 찾아온 폭우는 인삼의 발육상태를 저하시키고 썩게 만들었다. 보슬비가 내리던 14일 우비를 쓰고 수년간 자란 인삼을 확인하는 농가들의 마음도 이와 같았다.

신규식재 2008년 5263→2010년 3372ha, 재배면적 2009년 1만9702→작년 1만9010ha로
수매가격은 10년 째 제자리 불구 작황 악화에 생산비 증가…재배포기도 잇따라
정부, 외국산 수입 증가 대책 마련 뒷짐…4년근 연구 활성화 목소리도 외면 답답


▲수확철에도 우울한 현장=지난 14일, 보슬비가 아침부터 내리던 경기도 이천의 한 인삼농장. 비가 오는 궂은 날씨에도 불구하고 이 농장에선 한창 인삼 수확에 열을 올리고 있었다. 1년 농사를 마무리 짓는, 아니 인삼농가들에게는 4년에서 6년간의 노고의 결실을 맺는 인삼 수확시즌이 도래했지만 이곳의 농가들은 이날의 날씨만큼이나 우울한 낯빛을 가리지 못했다. 농장의 대표 문병운(57)씨 역시 그랬다.

“인삼이 썩어가고 있어요. 인삼 수확량은 평년수준에 못 미쳤던 지난해보다도 수확량이 낮아 전년 대비 60~70%정도 생산이나 될까요.” 문병운 씨의 말이다.

폭우, 한파 등 이상기후로 인한 작황악화가 2년 이상 이어지다보니 수확량에 비상이 걸린 것이다. 올해 수확은 물론 적어도 4년 이상 재배해야 하는 인삼 특성상 내년, 내후년도 걱정이다.

이 같은 농가들의 우려는 전국적인 현상으로 이어지고 있다. 줄어들어가는 재배 예정지 면적을 보면 알 수 있다.

신규 식재면적, 즉 예정지가 2009년부터 감소로 돌아서기 시작한 것이다. 인삼 관련 기관 등에 따르면 2008년 5263ha였던 신규 식재면적은 2009년 4287ha, 2010년 3372ha로 급격히 줄어들고 있는 상황. 현재 수요를 감안하면 4300ha 이상의 신규식재가 필요하다고 하는데 말이다. 이로 인해 인삼 재배면적 역시 2005년 1만4561ha에서 2009년 1만9702ha로 늘어났지만 2010년엔 1만9010ha로 내림세가 시작됐다. 단위면적당 수확량은 줄어들고 거기에 재배면적까지 감소하고 있으니 엎친 데 덮친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당연한 말이지만 면적감소는 인삼 재배농가들의 감소와도 맞닿아있다.

문병운 씨는 “주변에서 인삼농가들이 인삼재배를 포기하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다”며 “작황악화는 물론 인건비 상승에 자재비 증가 등 악재는 겹치는 데 인삼 수매가격은 별반 다르지 않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실제 지역 한 인삼조합의 조합구성인원을 보면 2006년 4524명이었던 조합원수는 2010년도엔 3805명까지 줄어들었다.

이 같은 실태는 조만간 인삼대란이 올수도 있다는 우려를 현실화시키고 있다. 그렇다면 이상기후만이 수확량을 감소시키고 재배면적을 축소시키고 있을까. 농가들은 이상기후가 이젠 고착화되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인삼 재배 교육은 예전과 똑같을 뿐만 아니라 땅의 기질이 바뀌고 있는데 정부에선 이에 맞는 대응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고 불만을 토로한다. 정부가 보여주기식 수치만 강조하다보니 현장 대응은 발을 맞추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일고 있는 것이다.

▲외국삼 범람 우려, 한·중 FTA는 핵폭탄=웰빙 등의 사회풍토와 건강에 대한 관심 등으로 인삼 수요는 꾸준하다. 수출량은 늘어간다. 하지만 수확량은 감소하고 재배면적도 줄어들고 있다. 그렇다면 그 수요를 어떻게 메울 수 있을까. 인삼산업 관계자들은 외국삼이라는 극단적인 칼을 빼들지도 모른다고 우려하고 있다. 정부가 배추 값 등락에 따라 중국산 배추 등으로 수요·공급량과 가격을 조절하고 있는 것처럼 말이다. 업체 역시 언제 국내삼 인삼이 부족하다는 이유를 내걸어 외국삼 시장을 개방해야한다는 목소리를 높일지 모를 일이다.

더욱이 인삼의 경우 이력추적제는 제대로 정착이 돼 있지 않고 중국삼 등 외국삼과 우리삼을 혼용할 경우 이를 구별할 방법도 없어 수입산의 국산 둔갑이라는 우려가 내재해 있다. 홍삼제품의 원산지 표시 역시 마찬가지. 이는 인삼을 넘어 수입산 한약재 사용 의혹도 제기될 수 있는 부분이다. 홍삼제품에서 주원료 이외엔 원산지표시를 하지 않아도 무방해 우리 인삼과 한약재를 모두 쓰는 업체에서 이 부분의 제도 개선을  요구했지만 아직 정부의 반응은 없다.

중국의 인삼시장에 대한 공격적인 행보도 매섭다. 실제 중국의 일부 재배현장에선 우리 인삼 종자와 기술력을 가지고 직접 농사를 짓고 있으며 중국정부에선 인삼 종자 국제표준화를 선제 제안했지만 우리는 이에 대한 대응이 미흡한 상황이다. 자연스레 정부의 정책의지가 의심스러운 대목이다.

만일 현 수준을 유지한 채 현 정부의 바람대로 한·중 FTA가 추진된다면 우리 인삼산업의 퇴보는 불을 보듯 뻔하다는 것이 현 인삼관련 관계자들의 일관된 목소리다.

한 중견홍삼업체 간부는 “농림수산식품부 등 정부에 품질인증과 이력추적제 부분에 대해 개선을 요구하고 있지만 개선되지 못하고 있다”며 “왜, 무엇이 이렇게 더디게 움직이게 하는지 모르겠다”고 답답해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외국인들이 주로 오가는 인천공황 근처 어디에도 인삼관련 전시, 판매장이 있느냐”고 되물으며 “면세점에서도 업체들은 높은 부가세로 입점할 수 없는 상황에서 인삼 종주국이라는 나라의 첫 관문부터 문제가 일고 있다”고 비판했다.

▲4년근VS6년근 논쟁, 언제까지 지켜만 볼 것인가=4년근 인삼과 6년근 인삼의 우수성에 대한 논쟁은 근래 들어 급속히 이슈화가 되고 있다. 단순 비교할 수 있는 사포닌 함량을 놓고 봐도 4년근이 6년근보다 함량이 더 많다는 연구결과가 나오고 있다.

하지만 4년근에 대한 정부의 관심은 제로 상태라고 해도 무방하다. 농가와 업계 등에 따르면 4~5년근의 생산량이 많게는 70~80%, 적어도 6년근 인삼의 생산량을 넘어서고 있지만 인삼 시장의 절반가량을 점유하는 홍삼은 대부분 6년근으로 제조되고 있다. 독과점 시장을 구축한 kt&g(구 한국담배인삼공사)의 자회사 인삼공사의 정관장 브랜드가 6년근을 고집해왔고 다른 업체들이 이 시장을 무너뜨리지 못했기 때문이다. 후발주자인 천지양만이 홍삼중견업체로서는 유일하게 4년근을 고집하고 있다. 연근을 구분할 수 없는 현 시스템상 그 많은 4~5년근은 어디로 흘러들어갔는지 의문부호가 붙여지는 대목이다.

적어도 정부에선 4년근에도 많은 관심을 가져야 한다는 게 현장 관계자들의 지적이다. 현 생산량은 차치하더라도 4년근에서 5년근, 6년근으로 넘어가면서 최대 50% 낮은 결실률이 발생한다. 여기에 2년간의 농약·비료값, 인건비 등 자재비까지 합치면 농가의 어려움은 가중된다.

4년근 인삼의 관심은 맨 처음 문제의식을 불러일으켰던 재배면적 축소를 해결할 수도 있는 부분이다. 전문가들은 4년근 인삼으로 재배 시 이동경작 문제 등을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진단한다. 농가들 역시 4년근 인삼을 원하는 이들이 늘어가고 있지만 판로확보라는 거대한 벽에 막혀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높은 자재비 등과 낮은 결실률을 감안하고 6년근을 재배하는 이들이 많다. 4년근 제품의 경쟁은 상대적으로 적절한 가격에 소비자들이 인삼제품을 구매할 수 있게 돼 농가와 소비자 모두가 윈윈할 수 있는 전략이 될 수도 있어 충분한 검토가 이뤄져야 할 것으로 보인다. 적어도 4년근과 6년근이 공정하게 경쟁할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해줄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농진청 인삼과 박기춘 박사는 “홍삼시장은 한 브랜드로 인해 6년근 시장이 공고화된 상황이고 이로 인해 소비자 인식도 6년근 위주로 굳어져 있다”며 “그렇지만 4년근 인삼으로의 재배는 현재 인삼산업에서 문제가 되고 있는 이동경작문제 등의 해결책이 될 수 있고 이를 통해 재배지 감소 문제도 대안책이 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4년근에 대한 연구활성화를 통해 산업화도 충분히 가능하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신광철 한국인삼경작자협의회장

“미·캐나다 등 재배기술 습득 관심 반면
우리는 되레 현장 떠나게 만들어 문제”


“폭우를 맞으면서 대전과 서울에서 두 번의 대규모 집회를 하고 국회의원들에게 요구를 하고 나서야 수매가가 10여년 만에 처음으로 현실적인 인상을 하게 됐습니다. 결국 농가들의 아픔을 우리 스스로 해결하지 않는 한 어느 누구도 관심 가져주지 않고 나서지 않는다는 것을 뼈저리게 느끼게 됐습니다.”

지난 8월 두 번의 대규모 궐기대회와 국정감사 출석 등을 통해 올해 수매가를 7% 상향시킨(인센티브 포함 8.4%) 주역, 신광철 인삼경작자협회장은 이 같은 아쉬움을 표출했다. 농자재값과 인건비는 갈수록 상승하고 수확량은 줄어드는데도 어느 곳 하나 관심을 가져주지 않는다는 것에 대한 안타까움이었다. 10여년간 수차례 정부와 관련 기관, 인삼공사 등을 뛰어다녔지만 아무 소득도 없었기 때문이다.

신광철 회장은 “최악의 경우 내년엔 30% 이상의 농가들이 인삼재배에서 등을 돌릴 수도 있다”며 “5년 내 인삼이 턱없이 부족해 인삼대란이 올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그는 “인삼 수요는 상승하고 수출은 증가한다고 하는데 왜 농가들은 현장을 떠나려하는지 정부가 곱씹어봐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외국삼에 대한 경계심도 늦추지 않았다.

신 회장은 “현재 중국이나 미국, 캐나다 등에선 인삼에 대한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고 우리 인삼 재배 기술 등을 습득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데 우리는 정말 중요한 농가들이 인삼 현장을 떠나게 만들고 있다”며 “한·미 FTA가 추진된다하고 곧 이어 한·중 FTA에 대한 목소리도 들리는 데 소 잃고 외양간 고치듯 농가들이 현장에서 떠나고 나서 대책을 내놓는다 하지 말고 늦었지만 이제라도 관심을 가져달라”고 호소했다.